00:00
00:00

꿈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꿈은 이중 구조라고 말했다. 이제 우리는 은폐된 꿈사고가 꿈내용으로 변장하기 위해 동원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규명해야 한다. 어떤 과정을 통해 꿈사고가 꿈내용으로 변형되는지 물어야 한다. 

첫째로, 꿈은 ‘압축’된다. 꿈사고는 풍부하고 복잡하지만 꿈내용은 짧고 간결하며 빈약하다. 꿈사고 중에서 대부분은 생략되고 최소한의 내용이 꿈내용으로 등장한다. 꿈내용에 등장하는 요소는 다의적이다. 하나의 꿈요소는 여러 개의 꿈사고와 연결되고 하나의 꿈사고는 여러 개의 꿈요소와 연결된다. 꿈사고들이 만나는 교차점이 바로 꿈요소다. 그래서 꿈내용에 등장하는 꿈요소들은 여러 개의 꿈사고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성분이다.

앞에서 소개한 삼촌의 꿈에서 내가 본 얼굴은 친구 R의 얼굴이면서 동시에 삼촌의 얼굴이었다. 그것은 가족의 초상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사람이 하나의 판으로 여러 얼굴을 찍었던 것과 비슷하다. 공통되는 특징은 부각되고 일치하지 않는 부분은 상쇄돼 흐릿해진다. 꿈에서 나는 A가 내게 적대감을 품고 있는데 B도 마찬가지라고 말하지 않고 A와 B의 혼합 인물을 만들어내거나 B다운 행동을 하는 A를 묘사한다. 양측의 사소한 특성들로 이뤄진 이런 혼합 인물은 검열에 걸리지 않고 거뜬히 꿈내용에 수용된다. 꿈에서 두 인물의 사소한 공통점이 묘사되는 것은 검열 때문에 묘사할 수 없었던 은폐된 다른 공통점을 찾으라는 암시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낯선 복합어가 꿈에 곧잘 나오는데 이것은 압축의 가장 명확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꿈에 나오는 내용을 하나의 상징과 일 대 일로 대응시키기 어려운 결정적인 이유는 이런 압축 작업 때문이다.

둘째로, 꿈은 ‘전위’된다. 꿈사고가 정말로 겨냥하는 대상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엉뚱한 대상이 등장한다. 꿈사고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꿈내용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소로 등장한다. 꿈을 이루는 요소들의 상대적 비중이 꿈사고에서와는 다르게 처리된다. 하나의 생각이나 경험과 관련된 감정이 원래의 자리에서 떨어져나와 다른 생각이나 경험에 붙어버린다. 직장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던 사람이 집으로 돌아와 고양이를 발로 걷어차는 것은 직장에서 표현될 수 없었던 분노가 엉뚱한 대상을 향해 표출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자연스럽게 나와야 할 감정이 전혀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감정이 사건과 분리되는 것이다. 어떤 아가씨는 꿈에서 사랑하는 조카가 죽었는데도 아무런 고통이나 슬픔을 느끼지 않았다. 분석 결과 예전에 장례식에서 본 뒤로 짝사랑을 하게 된 남자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소원이 그런 꿈을 만들어냈음을 알 수 있었다.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강렬한 감정이 조카의 죽음이라는 사건과 결합한다. 그 아가씨는 조카의 죽음을 바란 적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소원을 은폐하기 위해 슬픔을 느낄 필요가 없다. 대신 조카의 죽음이라는 사건 뒤에 남자에 대한 연모의 감정이 달라붙는 것이다. 두 인물의 중요한 성격상의 공통점이 아니라 사소한 외모상의 공통점이 엉뚱하게 부각되는 예에서 우리는 ‘전위’가 ‘압축’과 곧잘 함께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셋째로, 꿈은 ‘시각적 묘사’를 선호한다. 같은 값이면 추상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를 좋아한다. 가령 논문의 매끄럽지 못한 부분을 고쳐야겠다는 내 생각은 내가 나무 토막을 대패질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어떤 문제에 관한 사고의 끈을 놓쳐버렸다는 내 생각은 마지막 몇 줄이 빠져 있는 조판으로 나타난다. 한 여자는 15개월 터울의 두 어린 딸과 길을 걷는 꿈을 꾼다. 이것은 그녀가 어린 시절에 겪은 충격적인 두 사건이 15개월 간격을 두고 일어났음을 암시한다. 구체적 언어는 단선적 논리에 의존해야 하는 추상적 언어보다 풍부한 결합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꿈작업에서 선호되는 듯하다. 마치 시인이 복잡한 사고를 구체적 이미지로 묘사하는 것처럼.

물론 많은 사람들의 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일종의 상징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공통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왕과 왕비는 부모를 상징하고 왕자와 공주가 꿈꾸는 사람을 상징하는 듯하다. 동굴이나 난로가 여성의 성기를 상징한다면 뱀이나 지팡이가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듯하다. 이것은 인류의 아득한 원시적 심성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꿈내용의 의미는 어디까지나 꿈꾼 사람이 떠올리는 복잡한 연상들의 그물망 속에서 이해돼야 한다. 상징 해석은 이것을 보완하는 선에 머물러야 한다. 정형화된 상징들만 가지고는 복잡한 꿈작업의 전모를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넷째로, 꿈에서는 ‘2차 가공’이 이뤄진다. 갈피를 못 잡겠는 꿈들도 많지만 조리정연하고 논리적으로 보이는 꿈도 적지 않다. 이것은 꿈 속에서 가공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꿈에서 깨어나 해석을 하기 전에 이미 해석이 가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누더기를 깁듯 부조리한 꿈의 빈 틈을 메꿔나간다. 우리는 고통이나 슬픔을 느끼면서 이것은 꿈일 뿐이야 하는 생각을 곧잘 하는데 이것도 이미 허용한 꿈에 의해 허를 찔렸다고 느끼는 검열이 뒤늦게 덧붙이는 2차 가공의 일종이다.

이차 가공은 말 그대로 꿈이 만들어지는 긴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일어난다. 뿔뿔이 흩어진 생각과 감정을 모아서 이야기를 엮어 초고를 완성한 작가가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첨삭가감을 하는 것처럼 마음도 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각성 상태의 이성적 논리를 다분히 의식하면서 꿈내용들의 논리적 고리를 만들어 꿈의 줄거리를 엮어간다. 나중에 덧붙여지는 것이므로 이 논리적 고리가 가장 먼저 망각된다. 꿈을 기억하기 어려운 건 그래서다. 

환자에게 꿈 이야기를 다시 한번 들려달라고 부탁하면 똑같은 말로 표현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표현이 달라지는 부분이야말로 꿈 위장이 실패한 곳이다. 

다른 화

목록보기